“그 아이는 항상 방과 후에 교실 구석에 앉아 숙제를 했어요. 청소가 끝나고 교실 문을 닫을 때까지 언제나 그 아이는 교실에 남아 있었어요. 특별한 문제를 갖고 있던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이유 까지 크게 신경 쓰진 못했죠”.
토론토공립 초등교 콜레트 도니우크 교사는 지난 25일 이 아이의 어머니를 만난 뒤 학부모-교사 면담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아이의 어머니는 두 개의 직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밤늦은 시간까지 귀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아이는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 가기보다는 교실에 남아있었던 것.
도니우크 교사에 따르면 면담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그 이유뿐만이 아니다.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엄마를 위해 언제나 차를 타 놓고 기다린다는 것, 발 마사지를 해준다는 것, 그래서 남편 없이 혼자 아들을 키우지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엄마라는 것 등등. 학교생활로는 드러나지 않던 이 아이의 따뜻한 심성을 알게 된 것이다.
토론토공립교육청(TDSB) 학교들은 대부분 지난 22일부터 이와 같은 학부모-교사 면담을 실시하고 있다. 각 학교들의 지역적 특징에 따라 면담실시 일정과 방법은 다소 차이가 있다.
노스욕 소재 포리스트 매너 공립교의 경우에는 부모들의 편의를 위해 하루 동안 하던 기존 방법과 달리 1주일 내내 가능한 시간을 선택해 교사와 만날 수 있도록 조치를 하고 있다. 이 학교 데비 스미스 교장은 이민자 가정이 많은 점을 배려해 중국어, 인도어 등 영어 외 7개 국어로 면담 초대장을 작성해 가정에 보냈다. 일부 학교들은 학부모가 원할 경우 무료로 통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스카보로의 빅토리아 파크 고등학교 교장 앤 세이무어는 “새 커리큘럼 도입이후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문제가 있든 없든 교사와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자녀의 학교 생활을 논의할 수 있는 면담은 학생, 교사, 부모 모두에게 중요하다”며 “면담 시간 15분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교육관련 연구에서도 부모가 자녀의 학교교육에 직접 참여할수록 자녀들은 학업 성취도가 높고 부모와 교사에 대해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주교육연구기구(OISE) 켄 라이스 소장은 “부모가 학교를 찾아가고 교사와 만나는 것을 통해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가 각각 독립적 사회가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라고 설명했다. 라이스 소장에 따르면 또한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그 자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모와 교사의 밀접한 의견교환과 접촉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므로 그는 “교사 면담에는 반드시 참가하고 가능한 한 자녀를 면담에 동반할 것, 사전에 질문 리스트를 작성해서 갈 것”을 충고했다.
토론토 다운타운 한 고교 교사는 “이혼한 부부가 면담시 자녀의 리포트 카드 원본과 복사본 중 서로 원본을 갖겠다고 싸운 적이 있다”면서 “그들처럼 비록 싸울지라도 안 오는 것 보다는 그래도 낫다”면서 ‘부담이나 괜한 두려움을 느끼지 말고 교사를 만날 것’을 권했다.
자료: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