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쫓겨나는 것이 두려워 휴가를 반납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여론조사회사 ‘입소스 리드’는 1일 휴식기간 중 자신의 책상을 다른 사람이 차지하는 것을 우려해 직장인 4명 중 1명이 1년 중 3일의 휴가를 포기하고 직장에 충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직장안정에 대한 불안과 극심한 취업경쟁이 사람들을 일벌레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토대학 멜 보린스 의대교수는 “직장 퇴출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휴가 단축 및 포기가 일반적인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현대 직장인은 휴가를 즐기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 스티펜 커빈 교수는 “자리를 비운 사이 직장에서 발생할 어떤 일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3-4주간의 휴가를 즐기는 동안 누군가가 자신의 자리를 가로챌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직장인은 상사의 눈에서 멀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휴가일정을 아예 상사의 휴가에 맞추기도 한다. 여론조사에서 휴가를 줄였다고 답한 직장인 중 30%는 휴가가 고용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이 같은 압박감은 특히 출산휴가를 떠나는 여성에게 두드러졌다.
커빈 교수는 “출산휴가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어 직장복귀는 어렵지 않으나 승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성 직장인들의 휴가 스트레스를 이해할 수 있다”고 동조했다.
휴가 포기는 미국도 마찬가지. 여론조사회사 ‘해리스 인터액티브’는 미국 직장인들도 1년에 평균 3일의 휴가를 단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휴식을 중요하게 여겨온 유럽도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
미 아이오와대학 벤자민 휴니커트 교수는 “일에서 자신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레저생활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휴가는 공허하고 지루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소스 리드’는 여유자금 부족도 휴가단축의 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5명 중 1명은 휴가비 부족과 복귀 후 산적한 업무 처리에 대한 부담을 생각, 아예 휴가를 떠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건강을 위해 휴가를 떠나라(Go Away for the Health of It)’는 책을 저술한 보린스 교수는 “기업주는 휴가가 사원의 건강 및 업무 집중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휴식을 취한 직원은 결근율이 훨씬 낮다. 직원의 휴가를 적극 권장하라”고 조언했다.
커빈 교수는 “불안해소를 위해 상사가 휴가를 떠난 부하직원과 매일 짧은 연락을 갖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실제 직장인 5명 중 1명은 휴가 중 이메일로 자신의 업무를 체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