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인들의 이민과 유학 패턴이 달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미행 선호에서 벗어나
동남아 지역으로 발거름이 몰리고 있다.
예전에는 자녀교육을 앞세워 캐나다, 미국행을 선택했으나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생활비가 저렴한 동남아지역에서 은퇴후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새 풍조가 자리잡고 있다. 또 북미에서 학위를 따는 것을 목적으로 했던 유학패턴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웰빙 이민’ 급증=동남아 등지에서 제2의 인생을 즐기려는 ‘웰빙 이민’이 늘고 있다. 은행을 다니다 정년퇴직한 뒤 2003년 피지로 이주한 전모(61)씨는 요즘 야자수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보는 낙에 빠져 있다. 틈틈이 골프와 승마를 즐기는 전씨의 생활비용은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P사 성수목 대표는 “은퇴 이민은 피지, 결혼 이민은 베트남, 자녀 교육을 고려할 경우 말레이시아 등으로 해외 이민도 세분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언어와 사회 문화가 크게 달라 주의할 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위보다는 자격증=조모(35)씨는 최근 프랑스에 있는 요리학교 ‘코르동 블루(Le Cordon Bleu)’로 유학을 떠났다.
평소 요리와 제빵에 관심이 많았던 조씨는 올해 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의 코르동 블루 분원을 통해 프랑스로 갔다. 조씨는 1년 뒤 한국으로 돌아가 전문 요리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자격증 유학의 분야는 미용.요리.플로리스트(Florist.꽃 관련 전문가).보석감정사 등 다양하다. 해외 자격증으로 경쟁력을 갖추면 한국에서 취업이 좀 더 쉬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준비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현지 영주권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유학을 떠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자 취득이 어렵고 취업이 제한되는 캐나다,미국보다는 영국.호주.뉴질랜드 쪽으로 많이 몰린다고 한다.
이처럼 해외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격증 유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학원도 생겼다.
특히 ‘삼순이 신드롬’ 덕분에 코르동 블루 한국 분원 등에는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항공 승무원으로 취업하기 위해 관련 과정을 이수하는 ‘승무원 유학’도 등장했다.
B사 강순구 대표는 “상담 문의가 1주일에 40-50건 정도로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며 “해외 학위를 받아도 취업이 안 되다 보니 아예 자격증 유학으로 방향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연방통계청의 ‘이민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출신 이민자수 유입이 둔화되고 있는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유럽출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4년 총이민자 23만5,824명을 출신국에따른 지역별로 분석한 이 보고서는 중국 인도 등 동남아지역 이민자의 비중이 47.2%로 여전히 높지만 54.7%를 기록한 96년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국 및 유럽(18.4%), 중남미(9.2%),미국(3.2%) 출신 이민자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