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렌트-세번수로의 여러 형태 갑문(lock) 중 가장 장관인 빅추트 잠수철도. 대형 운반차가 철로레일을 이용, 배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끌어올린다.
단풍시즌이 찾아왔다. 온타리오의 산야가 붉은빛과 황금빛으로 채색되고 있다. 대자연이 선사하는 가을의 파노라마는 내달 초가 되면 절정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남부온타리오의 단풍은 알공퀸 주립공원을 시발로 핼리버튼·무스코카 등을 거쳐 토론토 일원으로 찾아온다.
일 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가을의 향연인 단풍을 즐기는 방법은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는 것, 호수와 강을 따라 항해하는 유람선을 타는 것, 숲 속을 통과하는 기차를 타는 것, 하이킹 혹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 등 다양하다.
이같은 여러 형태의 단풍관광 중 필자는 지난 일요일 간간이 뿌리는 비를 무릅쓰고 하이웨이 11→그레이븐 허스트→밸러(Bala)→하이웨이 400을 경유하는 무스코카와 조지언베이 일원을 둘러보고 돌아왔다. 크랜베리 축제(Cranberry Festival)로 유명한 밸러 지역의 단풍은 10월9일 추수감사절 전후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21회를 맞는 크랜베리 축제는 추수감사절 다음 금요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단풍시즌을 맞아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곳은 조지언베이와 하이웨이 400 동쪽 깊은 계곡에 자리잡은 빅추트(Big Chute) 지역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이 단풍의 계절에 드라이브코스로 적격이다.
▲ 1911년에 건설된 온타리오 최초의 발전소(왼쪽 건물)와 선박운반차를 위한 레일. 높이가 17.7미터에 달한다.
북미 유일의 잠수철도와 온타리오 최초의 주정부 소유 수력발전소가 있는 빅추트로 가는 길은 자전거와 오토바이 코스로도 알려져 있다. 가는 길은 다음과 같다. (1)하이웨이 400을 타고 배리를 지나 계속 북상한다. (2)로워 빅추트 로드(Lower Big Chute)에서 빠진다(출구 137) (3)로워 빅추트를 따라 북상해 삼거리(T intersection)까지 간다. (4)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아름다운 타운 콜드워터(Coldwater)까지 간다. (5)리버 로드(River Road)를 따라 어퍼 빅추트 로드(Upper Big Chute Rd.·17번 도로)까지 간다. (6)어퍼 빅추트 로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빅추트 마을을 만난다. 이 마을에서 화이트폴스 로드(White Falls Rd.·34번 도로)가 시작된다. (7)화이트폴스 로드에서 서쪽으로 가면 하이웨이 400을 만난다.
하이웨이 400에서 로워 빅추트 로드로 빠져나가는 출구는 세계에서 가장 긴 램프다. 램프 옆으로 초원이 삼거리까지 이어져 진풍경을 자아낸다. 램프의 끝에서 우회전하여 드라이브하면 콜드워터 타운에 닿는다. 리버로드를 따라가면 어퍼 빅추트 로드를 만난다. 도로는 처음에는 똑바르지만 나중에는 꼬불꼬불 커브길로 바뀐다. 가게 하나, 머리나(marina), 작은 식당으로 구성된 마을인 세븐 폴스(Severn Falls)에 북쪽에서 커브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빅추트 마을에서부터 하이웨이 400까지는 도로가 양호하다.
▲ 1911년에 건설된 온타리오 최초의 발전소(왼쪽 건물)와 선박운반차를 위한 레일. 높이가 17.7미터에 달한다. 알아주는 관광지로 여름과 가을에 행락객들이 몰려오는 빅추트 마을은 철도레일식 선박운반선이 운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세븐강(Severn River)의 화강암 협곡에 배를 운반하는 철도가 생긴 해는 1917년도. 오늘날의 초대형 운반차와 트랙은 77년 설치됐다.
북미에서 하나밖에 없는 잠수철도는 배를 대형차(적재용량 90톤)에 실어 레일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또한 아래서 위로 운반하는 시스템이다. 운반차가 물 속으로 들어가 배가 떠있는 상태에서 싣는다. 높이는 17.7미터.
▲ 공중에서 본 빅추트 지역. 재래식 갑문을 설치하지 않고 막대한 경비를 들여 레일을 사용해 배를 운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구경거리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생칠성장어(sea parasitic lamprey)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다. 재래식 갑문을 사용하면 배가 물에 담겨 이동하기 때문에 기생장어의 침투위험이 높다.
물고기 등에 붙어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먹는 기생칠성장어는 오늘날 오대호의 어족자원을 해치는 골칫거리. 캐나다와 미국의 수산당국이 박멸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성과는 크지 않다. 다행히 심코호수 등 온타리오 내륙에는 침투하지 않은 상태다.
빅추트는 조지언 베이에 있는 포트세번(Port Severn)에서부터 동쪽 온타리오 호수변 퀸티만의 트렌튼에 이르는 전장 386km의 수로 트렌트-세번 워터웨이(Trent-Severn Waterway)에 있는 44개의 갑문 중 하나로 커크필드(Kirkfield)와 피터보로에 있는 수력기중식 갑문(hydraulic lock)과 함께 관광명소다.
기중식 갑문은 물이 담긴 대형 통(chamber)이 15미터를 수직으로 이동하면서 배를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내리기도 하고,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올리기도 한다. 1907년도에 준공된 커크필드 기중갑문은 기선과 곡물운반선을 올리고 내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갑문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역시 빅추트이다. 화강암 협곡을 흐르는 세번강 급류는 심산유곡을 연상케 한다. 경치가 아름답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유원지가 됐다. 주변에 넓은 무료 주차장과 피크닉 장소도 마련되어 있다.
빅추트에는 두 개의 운반선이 가동되고 있다. 1917년에 설립된 선박 운반선으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77년에 초대형 운반선을 설치했다. 운반선이 철로를 타고 물 속에 들어가 배를 싣고 절벽을 올라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빅추트 수중철도식 갑문은 캐나다공원국이 관리하는 역사보존지역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 빅추트의 급류(white water). 화강암 지형에 급경사로 인해 물살이 매우 거세다.
빅추트에는 온타리오 최초의 발전소가 있다. 두 개의 운반선을 작동하는 데 사용되는 전력도 바로 이곳의 발전소에서 생산된다.
1911년도에 ‘심코철도 및 전력회사(Simcoe Railway and Power Company)’가 설립한 이 발전소는 온타리오하이드로의 전신인 수력발전위원회(Hydro-Electric Power Commission)와의 계약으로 미들랜드(Midland)와 페네탱귀신(Penetanguishene) 등의 항구에 전력을 공급했다. 1914년 수력발전위원회는 이 발전소를 구입, 수력발전위 자체소유의 첫 발전소가 됐다. 빅추트를 구경한 다음 시간 여유가 있으면 가까운 식스마일 주립공원(Six Mile Provincial Park)도 들러볼 가치가 있다. 이 공원은 포트 세 번 북쪽, 하이웨이 400 동쪽에 있다.
이 지역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 미들랜드 투어스(Midland Tours)가 제공하는 가을단풍 크루즈(Trent-Severn Waterway Big Chute Cruise)가 그것이다. 이 유람선은 제45 갑문인 포트 세번에서 빅추트까지 2시간15분 동안 왕복한다. 운행기간은 10월1일부터 1월11일까지. 출발지점은 포트 세번. 시간은 오전 10시30분(뷔페점심 포함 30달러), 오후 1시30분(크루즈만 18달러), 오후 4시30분(디너와 여흥 포함, 토요일만 운항·35달러). 예약: 1-888-833-2628
(글:한국일보 김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