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요 대학들이 오는 2008학년도부터 재외국민 특별전형 지원자격을 대폭 강화(본보 4일자 A-1면)하기로 함에 따라 지ㆍ상사 주재원과 공관직원들이 자녀들의 앞날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입 특별전형이 제한될 경우 해외에서 일정 기간 거주한 학생들을 정원 외로 뽑는 제도가 사실상 축소돼 해외 주재원 자녀들의 한국내 대학입학이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주재원들은 수출전선에서 성실히 일해 온 해외주재원들이 자녀의 대학교육에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기업의 캐나다법인 대표자들의 모임인 지상사협의회 박흥준 회장(대우 법인장)은 4일 “보통 해외에 파견되면 3-4년 근무한다.
한국과 이곳의 교육내용은 많은 차이가 있다.
한국에 돌아가 자녀가 한국체계로 똑같이 경쟁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해외체류기간을 늘리거나 눌러앉는 편법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파견근무 3년째인 박회장은 12학년 아들과 9학년 딸을 두고 있다.
박회장은 “개인적으로 벌써부터 고민에 빠져있다.
큰애는 이미 여러 대학의 특례입학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점점 해외 수출전선을 확대하고 파견인력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모국의 교육당국이 이를 감안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재외국민 특별전형 제도 자체를 폐지키로 했으며 연대, 고대, 서강대 등 주요 대학들도 특별전형을 위한 해외 학교 수강기간을 1년 이상씩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파견 근무자들의 해외근무 연장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0학년 아들과 6학년 딸을 두고 있는 H자동차캐나다법인 김모(45)씨는 “귀국 후 학교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아빠의 직장 때문에 이곳에 와 적응하느라 고생했는데 한국에 돌아갈 때 다시 피해를 본다면 잘못이다.
외국생활에 대한 보완제도가 있어야 한다.
여유가 있으면 투자이민으로 눌러 앉고 싶은 심정이나 지금으로서는 한국대학에 진학시키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파견 근무자들은 캐나다에 눌러 앉을 처지도 안되고 그렇다고 한국에 들어가 자녀들의 대학입학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어서 이중삼중의 심리적 고민을 하고 있다.
10학년 아들이 있는 한국계 은행의 김모(49)씨는 “한국의 대학에 보내고 싶었는데 힘들어진 상황이라 캐나다대학을 고려할 생각”이라며 “주요 대학이 해외체류 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이곳 고등학교 졸업과 시험시기를 맞출 수 없다.
이는 역차별에 해당해 귀임포기가 속출할 것이다.
자녀의 앞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민으로의 방향전환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