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수퍼 영토전쟁에 갈수록 위축
단점 과감히 고치면 재기의 길 열려
서정모(유제품 도매 ‘베스트풋’사 대표)
온타리오주에 산재한 한인편의점 숫자는 2,200개 정도로 추산되며 그중 30%는 광역토론토
(GTA)에 있다. 최근 3년간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밀크제품을 취급하는 실협회원 스토어를
분석한 결과를 말하고 싶다. 2001년까지 우리 회사 고객들의 구매력은 매년 상향 추세였다. 그
런데 내가 우유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한 91년 이후 처음으로 2001년 후반기부터 GTA 고객들의
구매력은 하향세를 보였다. 2002년 가을부터는 온주 외곽지역의 고객들도 GTA 처럼 성장을 멈
추고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이런 추세는 지금도 매달 진행돼 안타깝다.
한인편의점업계에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가? 편의점업계는 한때 호황을 누리며 한인
사회에서 최대 인기업종으로 자리잡았고, 대다수 편의점들의 권리금은 한국의 부동산처럼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올라갔었는데 왜 갑자기 하향세로 돌아섰는가. 내 생각으로 외적 및 내적으로
두가지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본다.
첫째 외적인 문제다. 새천년 시작과 함께 그로서리 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왔다. 규모면에서 초
대형화 추세와 동시에 내용면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하게 됐다. 즉 대형 매장 안에 각종 서비스
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National Grocers(NG) 계열회사가 가장 성공적으로
매장을 넓혀가고 있다. NG는 90년대 초 일요영업을 로비로 통과시킨 저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식품업계에서 가장 큰 NG 회사 계열을 보면 Neilson 우유, Weston빵, National Cash &
Carry 도매상, Super Store, Loblaws, Fortinos, Zehrs, No Frills 등이다.
국내 2위업체인 Sobey’s 계열과 국내에서는 온타리오에만 있는 A&P 계열인 New Dominion,
Ultra, The Barn and Food Basics 등이 규모가 큰 회사고 소규모의 그로서리도 토론토 안에
몇개 더 있다. 박스 스토어로 불리는 Costco도 매장을 확장 중이고, Wal-Mart에서는 Sam’s
Club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기존 Wal-Mart 안에도 식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대형 회
사들이 경쟁적으로 매년 매장을 늘리면서 한인편의점을 찾는 발길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다음으로 내적인 문제점을 보자. 초대형 매장이 많이 생기면서 진공청소기처럼 손님들을 그들
의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가운데서도 매출이 늘어나는 소형 편의점들도 있다는 점을 우리들은
주목해야 한다. 7일레븐이나 맥스 같은 것이 그 예다. 한인들은 본인의 업체와 주변의 7일레븐
이나 맥스 등을 잘 비교해 보고 배울 수 있다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외적인 문제점은
식품업계의 대세라서 우리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이지만 내적인 문제점은 우리가 대처하기에 달
려있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편의점 말고도 주변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업체들이 있으며 그들
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장에 잘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인편의점보다 좋은 것
은 별로 없다는 게 나의 견해다. 알고 보면 수입도 시원치 않으면서 돈은 더 많이 들고 일하는
시간이 더 길고 문제점도 더 많지만 밖에서 볼 때는 좋은 점만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
하면 한인편의점도 잘 다듬으면 남이 보기에 아주 좋은 상품인데 우리가 너무 괄시하지는 않는
가. 편의점은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가장 큰 업종이고 우리 2세들을 키운 삶의 터전임을 잊어서
는 안된다. 보물단지는 소중히 다루고 잘 닦아야 빛이 난다. 먼지가 수북히 쌓인 보물단지지를 누
가 좋게 보겠는가.
지금부터라도 편의점을 다시 키우는데 우리 모두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30년간 키워
온 편의점 업계의 노하우와 투자한 자산들을 돈으로 계산하면 엄청날 것이다. 2,200개의 편의점
에 투자된 권리금과 장비 및 상품 등은 줄잡아 계산해도 수억불이 된다. 우리가 여기서 주저앉
으면 수억불은 사라지는게 아닌가? 물론 도저히 가망 없는 사업체도 있을 것이다. 그런 걸 발
견하면 하루빨리 정리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일도 전문가와 상의하는게 최선이다.
모두 한발씩 뒤로 물러나 각자가 소유한 사업체를 냉정히 분석해 보고, 장단점을 찾아내는 일
이 가장 시급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과감히 고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자료: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