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녀 정신건강 관리 대화 환경부터 조성해야

고민거리 털어놓도록 유도하고 무료 상담서비스 등 활용할 것 학부모가 자녀와 터놓고 얘기하기 가장 힘든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정신건강이다. 올해 초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라는 제목의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자살, 정신건강이라는 청소년 드라마에서는 다소 파격적인 주제로 이목을 끈 이 시리즈는 언론의 찬양과 질타를 동시에 받았다. 학부모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이슈화되고 있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부모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김재열 개인·가정상담사와 함께 자녀의 정신건강을 위해 학부모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알아본다. ‘자살’ 주제 드라마 같은 제목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소설 속 인물 해나 베이커가 자살한 후 주인공이자 동급생인 클레이 젠슨에게 일곱 개의 카세트 테이프가 담긴 소포가 도착하며 시작된다. 테이프에 녹음된 해나의 음성이 자신이 자살한 13가지 이유를 차례대로 소개한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한 장면. 이 시리즈가 인기를 얻자마자 학부모들 사이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시발점’이라는 의견과 ‘자살을 미화했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녀가 이 시리즈를 보는 것을 허락해야 하나?’, ‘함께 시청한 후 자녀와 어떤 대화를 해야하나’ 등의 질문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재열 상담사는 “자해나 자살 충동이 미디어를 통해 이슈화되는 일은 항상 있었지만 최근 소셜미디어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더 쉽게 오르내리고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호기심에 자해, 자살 충동에 대해 검색해봤을 때 소셜미디어 등에 정보가 넘쳐 무감각해지는 게 아닌가 의심되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노래, 영화, 소설 등에 넘치는 언급을 전부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학부모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까. 정신건강 위협하는 요소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시발점이 되는 요소는 학교에서의 괴롭힘, 가족 불화, 우울증, 자존감 결여 등이다. 이런 요소들이 더 큰 문제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대화할 수 있는 곳을 제공해야 한다. 김 상담사는 “자녀가 부모의 선입견적인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아서 말을 안 꺼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걸 미리 말해줘서 힘든 일이 있다면 아이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먼저 자살이나 자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때는 단순히 ‘그건 나쁘다’, ‘해선 안된다’, ‘그런 걸 하는 사람은 이상하다’는 선입견보다는 ‘그런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그럴 때는 도움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 상담 시설 상황에 따라 억지로 자녀와 이런 대화를 시작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주변에 어떤 시설 및 도움이 있는지 숙지하고 있는 것은 필수적이다. 김 상담사는 “앞서 언급한 ‘루머의 루머의 루머’ 등의 경우에도 물론이지만 청소년 정신건강에 관련된 문제에는 부모의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꼭 ‘이렇게 해야 한다’, ‘이건 안 된다’라고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자녀가 도움이 필요할 때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숙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담사가 추천하는 서비스 중 하나인 ‘What’s up Walk-in Clinic (www.whatsupwalkin.ca)’은 헬스카드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상담 서비스다. 그는 “병원 등에 가면 기록이 남아 자녀의 미래에 지장을 끼칠 것을 우려해 기피하는 경우가 특히 한인 부모들 사이에 많다”며 “자녀가 기록을 갖고 있어도 취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상담사는 “자살, 자해라는 게 굉장히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고 어떤 식으로 대처할 지 몰라서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아직까지 상담이라는 서비스에 대해 거부반응을 갖고 계신 분들도 있지만 특히 자녀가 연관된 부분은 18세까지 무료 제공되는 서비스가 많으니 활용하시기를 적극 권장한다”고 말했다. 김재열(M.S.W., R.S.W.) 토론토대 사회복지학 석사 온주사회복지협회(OASW) 회원 온주공인사회복지사(Registered Social Worker) 청소년 정신건강센터 그린핀센터 상담사 재직 개인 및 가정 상담 서비스 운영(www.jaetherapy.com) 캐나다한귝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