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들 발목 잡는 ‘복수국적’ 불합리한 국적·병역법

‘국적이탈’ 안 하면 유학·취업 차질 18세 되는 해 3월까지 신고 마쳐야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분류되는 한인 2세들이 한국 유학 및 취업 등에 겪는 불편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비현실적인 국적법과 병역법의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피해사례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정모(53)씨는 요즘 아들의 처지만 생각하면 억울함이 치밀어 오른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아들(23)이 미국의 유명 장학제도인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한국에 가서 공부를 하려던 계획이었지만 만 18세 되던 해 국적이탈 기간을 놓치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풀브라이트 유학을 위해 출국서류를 준비하던 중 비자발급이 어렵다는 청천벽력 같은 답변을 들었다. 정씨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들을 시민권자라고만 생각했는데 태어날 당시 부모가 영주권자라서 아들의 국적이 선천적 복수국적에 해당하는 줄 몰랐다”며 어이없어했다. 정씨는 “담당자는 지금이라도 한국 출생신고를 하고 병역의무를 감당하든지, 아니면 38세가 지난 뒤 국적이탈을 해야 한국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며 “아들이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게 될 것 같아 요즘 밤잠을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한국 국적법에 따르면 자녀가 태어날 당시 부모 가운데 한 명이라도 한국 국적이라면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속인주의’에 따라 한국 국적이 자동으로 부여된다. 선천적 복수국적은 만 23세까지 유지되며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가 부과되기 전인 만 18세가 되는 해 3월까지, 여자는 만 23세가 되는 해에 ‘국적이탈’을 통해 한국과 거주국 국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국적이탈’이란 출생 당시 부모 가운데 어느 한 명이 한국 국적자여서 선천적 복수국적을 갖게 된 2세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으로, 이민이나 결혼 등을 통해 시민권을 취득한 1세가 국적을 포기하는 ‘국적상실’과 다르다. 문제는 많은 한인부모들이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국적이탈을 시기를 놓쳐 버린다는 데 있다.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부모들은 출생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국적이 부여되고 18세가 되기 전까지 국적이탈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으면 병역의무가 해제되는 만 38세가 될 때까지 국적이탈을 할 수 없다.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살아 있어 유학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한국에 6개월 이상 장기체류할 경우 남자에게는 병역의무가 부과된다. 또 국적이탈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출생신고가 돼있지 않은 경우 출생신고부터 해야 한다. 출생신고는 한국에서는 일주일이면 되지만 재외공관을 통할 경우 한 달가량 소요돼 국적이탈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유예기간을 만드는 등 재외동포들의 고충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적이탈은 총영사관 등 재외공관을 통해서만 신청이 가능하다. 필요한 서류는 ◆신고서(2부) ◆신고사유서(2부) ◆외국 거주 사실증명서(2부) ◆사진 1매 ◆본인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 증명서(2부) ◆부모 기본증명서(2부) ◆거주국 출생증명서 원본 및 사본(2부) ◆부모가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의 경우 시민권, 여권 영주권 원본 및 사본(2부) ◆한국 여권이 있는 경우 여권 원본 및 사본(1부) ◆반송봉투 1매 등이다. 토론토총영사관의 경우 수수료는 9달러며, 처리기간은 4~6개월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