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상품, 작은글씨 꼭 확인 상환기간 짧고 재융자도 제약

이자율만 생각하단 낭패 위험 몬트리올은행(BMO)은 최근 5년짜리 고정모기지율을 2.99%로 내려(-0.5%포인트) 화제를 모았다. 이는 국내 금융기관이 내놓은 5년짜리 모기지상품 이자율로는 사상 최저다. 예상대로 TD와 로열은행(RBC) 등도 곧바로 4년 고정 2.99%짜리 모기지상품을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상 최저’라는 말에 현혹돼 덜컥 새로운 모기지계약서에 사인하기에 앞서 ‘작은 글씨(fine print)’를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 모기지상품에는 이런저런 단서들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JP모기지의 박현건 대표는 “5년 고정에 2.99%짜리 모기지상품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BMO의 새 상품이 다른 은행들로 하여금 모기지금리를 내리게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상품이 ‘융통성이 전혀 없는(No frill)’ 모기지라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모기지상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최장 상환기간이 25년이다. 대부분의 기존 모기지상품들은 30년까지 제공한다. ◆원금의 10% 한도 내에서 1년에 한 차례 목돈으로 상환하거나 그만큼의 월상환액을 늘릴 수 있다. 일반 모기지들의 한도는 원금의 20% 이상이다. ◆상환을 건너뛰거나(Skip a payment) ‘배’로 갚을 수 없다. 대다수 일반 모기지들은 형편이 어렵거나 장기외유 등 때는 연 1회에 한해 ‘건너뛰기’를 허용한다. 무엇보다도 ◆5년간은 타 금융기관으로 옮길 수 없다(Bona Fide Sale: 집을 팔았을 경우에 한해 대출모기지에 대한 담보설정을 해지해 주는 것)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재융자를 받고 싶다면 BMO에서만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는 소비자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할 이유가 없게 마련이다. 박 대표는 “새 상품은 타 금융기관에서 재융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사실상 막아놓고 있다. 따라서 나중에 추가로 모기지를 얻기 위해 집을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업계 조사에 따르면 5년짜리 모기지를 얻은 소비자 중 대다수는 같은 금융기관에 5년간 계속 머물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3년9개월 뒤에는 재융자를 받거나 이사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상환기간이 25년일 경우 빌릴 수 있는 모기지 액수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토론토나 밴쿠버처럼 주택가격 자체가 높은 지역에서 첫내집마련자들이 집을 장만하기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모기지중개인 이봉옥씨는 “이자율이 낮아도 상환기간이 짧으면 월 상환액은 기존상품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아직 시중에는 최장 40년짜리 모기지상품도 있는 만큼 소득에 비해 덩치가 큰 주택을 구입하려 할 경우 이런 상품들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모기지율 비교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레이트허브(ratehub.ca)의 케리 린 매캘리스터 대표는 “사상 최저 모기지율은 맞지만 앞으로 5년 동안 자신의 재정상황에 대해 확신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보다 약간 높은 이율로 일반모기지와 똑같은 ‘유연성(flexibility)’을 보장하는 모기지상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BMO측도 새 모기지상품이 상환기간이 짧고 이자율이 낮아 훨씬 빨리 갚을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도 ‘당분간 집을 옮길 계획이 없는’ 소비자에게 가장 알맞은 상품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BMO의 모기지상품 책임자인 케이티 아치데킨씨는 “많은 주택소유주들은 조기상환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를 활용하는 경우는 극소수”라며 “새 상품이 기존 상품에 비해 몇몇 조건들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이지만 매우 이해하기 쉽다는 게 장점이다. 새 상품은 보다 원금을 정기적으로 많이 갚아나감으로써 조금이라도 빨리 모기지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