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취득 포기하는 한인 ‘의외로 많다’ 연방 이민부

정부가 요구하는 서류를 갖출 수 없어 (차라리) 시민권 취득을 포기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또다른 유형의 역이민이 증가하고 있다. [자료사진] 캐나다에서 조금만 방심하다가는 시민권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낭패를 당하기 쉽다. 최근 들어 연방 이민부는 불법 무자격 시민권 신청자를 가려낸다는 명목으로 시민권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거주기간 확인 질문서’(RQ: Residence Questionnaire)라는 문서다. 무려 5페이지에 이르는 이 문서를 받아든 사람은 화들짝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다. 유학생 엄마인 나효연(가명 56, 토론토)씨는 “이민국으로부터 받아든 ‘거주기간 확인 질문서’에 일일이 기입하는 것만도 하루가 꼬박 걸리는데 관련 증빙자료는 과거 4년치를 준비하는데만 2주가 걸렸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생해가며 서류를 준비했지만 결국 여기서 필요한 생활비를 한국으로부터 송금받은 것에 대해 무거운 중과세가 부과될까 겁이 나서 아예 서류제출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민국에서 추가 심사를 위해 요구하는 ‘거주기간 확인 질의서’는 기본적으로 시민권 신청 직전 4년 내에 1,095일(3년)을 거주했는지 여부를 꼬치꼬치 캐묻는 질문서다. 더욱이 기입한 진술에 대한 확인을 위해 요구하는 증빙자료가 유틸리티 등 제세공과금, 세금, 학비, 의료비 같은 모든 영수증과 은행거래 내역서 등 너무 많아서 준비하는 것 조차 힘에 버거운 현실이다. 또다른 기러기 엄마인 정은실(가명 46, 오로라)씨는 “나는 이민국으로부터 거주기간 확인 질의서 외에 애들 학비 내역 및 자금출처 근거를 제출하라는 레터를 받았다. 서류 준비는 고사하고 자금출처를 사실대로 말하는 것 자체가 두려워 정이 떨어졌다.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같이 최근 들어 이민 당국이 해외에 재산을 갖고 있는 이민자들의 재산조사를 강화하면서 재산 보고가 껄끄러운 한인들이 시민권 취득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영주권을 갖고 있으면서 한국으로 자주 들락날락하는 유학생 엄마들은 요주의 대상으로 이민국에서 까다롭게 입국심사 및 시민권 서류 심사를 강화하고 있어 고생하는 한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류광양 회계사는 “캐나다 법에 의하면 모든 국내 거주자는 해외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worldwide income)에 대해 국내로 송금 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캐나다 국세청(CRA: Canada Revenue Agency)에 세금보고를 하도록 되어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외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은 국내로 송금되지 않는 한 세무당국이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신고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문제는 국내에서 별다른 소득없이 아이들만 키우는 유학생 엄마들이 봉착하게 된다. 왜냐하면 캐나다에서 생활하기 위해 한국으로부터 송금을 받고 있는데 그 송금된 돈의 출처를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남편이 보낸 돈이거나, 부동산 임대수익이던 금융자산 이자소득이던 소득의 종류에 상관없이 국내로 송금됐다면 캐나다 국세청의 그물망에 잡히게 되기 때문이다. 한인들은 송금받은 자금에 대해 소득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후일 잘못되면 자금출처를 조사받고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마음을 졸이다가 종내는 영구귀국을 결심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